- 대상포진은 물집이 생기기 며칠 전부터 통증이 먼저 나타날 수 있습니다.
- 피부가 다 나은 뒤에도 통증이 남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항바이러스제는 발진이 생긴 뒤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 눈이나 귀 주변에 대상포진이 생기면 일반적인 피부 증상보다 더 서둘러 진료받아야 합니다.
- 50세 이상이거나 면역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면 대상포진 백신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등 한쪽이 화끈거리고 옷만 스쳐도 따갑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피부에는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근육이 뭉쳤나 싶어 약 먹고 며칠 지냈는데 같은 자리에 붉은 반점과 물집이 올라옵니다.
얼굴에 먼저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쪽 이마나 눈 주위가 따갑고 쑤셔서 처음에는 두통이나 눈의 문제인가 생각했는데, 하루 이틀 지나 이마와 눈꺼풀 주변에 물집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귀 주변이 아프다가 물집이 생기고 얼굴 한쪽이 잘 움직이지 않거나 어지럼과 청력 저하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상포진은 이렇게 물집보다 통증이 먼저 시작될 수 있습니다. 특히 얼굴에 생기면 처음에는 두통이나 치통, 안과나 귀 질환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피부 병변이 좋아지면서 회복합니다. 그러나 대상포진에서 더 걱정해야 할 것은 피부에 생긴 물집 자체보다 신경이 얼마나 손상됐느냐입니다. 물집이 다 없어졌는데도 화끈거리거나 찌르는 통증이 몇 달 이상 계속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대상포진은 물집이 생기기 며칠 전부터 통증이 먼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상포진은 밖에서 새로 옮아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어릴 때 수두를 앓고 나면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신경절 안에 숨어 있습니다. 나이가 들거나 면역 기능이 떨어졌을 때 이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대상포진이 생깁니다.
대표적인 모습은 몸 한쪽에 띠처럼 나타나는 통증과 물집입니다. 가슴과 등, 옆구리에 흔하지만 얼굴과 목, 팔이나 다리에도 생길 수 있습니다. 보통은 몸의 한쪽 신경을 따라 나타나기 때문에 중앙선을 넘어 양쪽에 대칭으로 생기는 모습은 전형적인 대상포진과 다릅니다. 다만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사람에서는 여러 부위로 넓게 퍼질 수 있습니다.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통증이 물집보다 먼저 시작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피부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한쪽만 따끔거리거나 화끈거리고 전기가 오는 것처럼 아플 수 있습니다. 옷이나 이불이 살짝 닿는 것조차 유난히 아픈 사람도 있습니다.
허리나 엉덩이, 다리 쪽으로 통증이 먼저 생기면 디스크나 다른 척추질환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등이나 옆구리가 아프면 근육통이나 늑간신경통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쪽이 화끈거린다는 이유만으로 대상포진이라고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피부 변화가 뒤따르는지 보고, 진단이 분명하지 않을 때는 물집에서 바이러스를 확인하는 검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2. 피부가 다 나은 뒤에도 통증이 남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대상포진은 피부에 물집이 생기지만 실제로 바이러스가 영향을 주는 곳은 신경입니다. 바이러스가 신경을 따라 활성화되면서 염증과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피부가 좋아진 뒤에도 신경통이 남을 수 있습니다.
물집은 다 말라서 딱지가 떨어졌는데 그 자리가 계속 타는 듯 아픕니다.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프거나 전기가 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옷이 살짝 스치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태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고 합니다. 전체 대상포진 환자의 약 10-18%에서 나타날 수 있고, 나이가 많을수록 위험이 높아집니다. 통증은 수개월 동안 이어질 수도 있고 일부에서는 훨씬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상포진은 물집이 얼마나 심한지만 보고 치료할 병이 아닙니다. 피부는 좋아지고 있는지와 함께 통증이 얼마나 심한지, 물집이 다 나은 뒤에도 신경통이 남는지를 같이 봐야 합니다.
통증이 심하면 일반 진통제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경통에 사용하는 약을 함께 쓰기도 합니다. 이런 약들은 졸림이나 어지럼, 부종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서 스스로 용량을 늘리거나 갑자기 끊기보다 처방한 의료진과 조절하는 편이 좋습니다.
신경차단술이나 고주파 치료도 모든 대상포진 환자가 순서대로 받는 치료는 아닙니다. 약으로 통증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통증이 오래 남은 환자 가운데 필요한 경우에 선택합니다. 시술을 일찍 많이 한다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반드시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3. 항바이러스제는 발진이 생긴 뒤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상포진이 의심되면 치료를 너무 오래 미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것을 억제해 피부 병변과 급성 통증이 지속되는 기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발진이 나타난 뒤 72시간 안에 시작했을 때 효과가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사흘이 지나면 치료할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새로운 물집이 계속 생기고 있거나 통증이 심한 경우,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경우, 눈이나 귀 주변에 대상포진이 생긴 경우에는 시간이 조금 지났더라도 빨리 진료받아야 합니다.
항바이러스제의 종류와 용량도 모든 사람에게 같지 않습니다. 나이와 콩팥 기능, 다른 약을 함께 복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 개인 상태에 맞춰 처방해야 합니다.
그리고 항바이러스제를 빨리 먹었다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절대로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빨리 치료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신경통을 완전히 막아주는 치료라고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대상포진 치료에서 72시간이라는 숫자는 치료를 포기하는 마감시간이 아니라, 가능하면 빨리 진료받는 것이 좋다는 기준으로 이해하는 편이 맞습니다.
4. 눈이나 귀 주변에 대상포진이 생기면 일반적인 피부 증상보다 더 서둘러 진료받아야 합니다
대상포진이 어느 부위에 생겼는지도 중요합니다.
이마와 눈꺼풀, 코 주변에 물집이 생기면서 눈이 충혈되거나 시야가 흐려진다면 눈까지 침범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눈 대상포진은 각막이나 눈 안쪽에 염증을 일으켜 시력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빠른 안과 진료가 필요합니다.
귀 주변도 그냥 피부병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귀에 물집이 생기면서 얼굴 한쪽이 처지거나, 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어지럼까지 생긴다면 빨리 진료받아야 합니다.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사람이 몸 여러 곳에 물집이 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에 고열이나 심한 두통, 의식 변화가 동반되면 응급 평가가 필요합니다.
전염에 대해서도 많이 걱정합니다. 대상포진 환자에게서 다른 사람이 그대로 대상포진을 옮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물집 속의 바이러스가 수두를 앓지 않았거나 수두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에게 전달되면 수두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물집이 딱지로 완전히 마를 때까지는 병변을 덮고 손을 자주 씻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신생아와 면역저하자, 수두에 대한 면역이 없는 임신부와는 물집이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5. 50세 이상이거나 면역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면 대상포진 백신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대상포진은 한 번 앓은 뒤에도 다시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회복한 뒤 백신 접종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을 50세 이상 성인에게 접종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질환이나 치료 때문에 면역 기능이 떨어졌거나 앞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18세 이상 성인도 접종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재조합 백신은 두 차례 접종합니다.
대상포진이 한창 진행 중일 때 백신을 맞는 것은 아닙니다. 급성 발진이 가라앉고 증상이 회복된 뒤 접종합니다. 대상포진을 앓고 난 다음 반드시 몇 주 또는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한 가지 기간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면역 상태와 치료 일정을 보고 접종 시기를 정합니다.
재조합 백신의 예방 효과는 높은 편입니다. 대규모 임상시험(평균 약 3-4년 추적)에서는 건강한 50세 이상 성인에서 대상포진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예방하는 효과가 90% 이상으로 보고됐습니다. 이 숫자는 백신을 맞은 사람의 90%가 절대로 대상포진에 걸리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접종하지 않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발생 위험을 크게 낮췄다는 뜻입니다.
백신을 맞아도 대상포진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백신의 목적은 대상포진을 완전히 없애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포진과 오래 남는 신경통의 위험을 줄이는 데 있습니다.
접종 뒤에는 팔 통증과 부기, 피로와 근육통, 두통이나 발열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부분 며칠 안에 좋아집니다. 첫 번째 접종 뒤 몸살처럼 힘들었다고 두 번째 접종을 스스로 포기하기보다 의료진과 상의해 접종 여부를 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대상포진은 물집이 없어졌다고 끝난 것이 아닙니다
대상포진은 피부에 물집이 생기는 병이지만 오래 환자를 힘들게 하는 것은 신경통일 수 있습니다. 한쪽 몸이 화끈거리거나 찌르듯 아픈 뒤 같은 자리에 물집이 생긴다면 가능한 한 빨리 진료받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눈과 귀 주변에 물집이 생기거나 시야가 흐려지고 얼굴이 처지는 증상이 있다면 더 빨리 확인해야 합니다. 대상포진을 이미 앓았더라도 50세 이상이거나 면역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면 급성기가 지난 뒤 백신 접종 여부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털보의사의 한마디
대상포진 환자를 볼 때 저는 물집이 얼마나 심한지만 보지 않습니다. 피부는 몇 주 안에 좋아졌는데 통증이 몇 달씩 남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신경통이 얼마나 심한지와 오래 남을 가능성을 같이 보고 설명합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오랫동안 고통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대상포진을 성실히 치료하는 것이 확률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털보의사 김진균 드림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정보입니다.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