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RI와 MRA는 좋은 검사지만 모든 두통에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 증상이 없어도 이상이 발견될 수 있지만 정기검진으로 일률적으로 권하지는 않습니다
- 위험 신호가 낮다면 검사에서 얻을 것과 비용을 함께 봐야 합니다
- 갑자기 매우 심한 두통은 MRI보다 응급실 CT가 먼저일 수 있습니다
- 두통의 시작과 변화, 신경학적 증상을 보고 검사 시기를 정합니다
두통이 생기면 MRI를 한번 찍어봐야 하는지 고민하는 분이 많습니다. 약을 먹고 지켜봐도 되는지, 혹시 머릿속에 문제가 있는데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MRI를 찍는다면 MRA까지 같이 해야 하는지도 많이 물어봅니다.
두통이 있다고 모두 MRI와 MRA를 찍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랫동안 비슷하게 반복되는 두통인지, 이전과 다른 두통이 새로 생긴 것인지, 신경학적 이상이 함께 있는지에 따라 검사 필요성이 달라집니다. 갑자기 아주 심한 두통이 생긴 응급상황에서는 MRI보다 CT를 먼저 찍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두통에서는 ‘MRI를 찍을까 말까’보다 지금 확인해야 할 병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검사가 필요한지부터 판단하는 것이 맞습니다.
1. MRI와 MRA는 좋은 검사지만 모든 두통에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MRI와 MRA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보는 것이 다릅니다.
MRI는 뇌 조직을 자세히 보는 검사입니다. 뇌종양 같은 구조적인 병변이나 염증성 변화, 뇌경색 등 뇌 조직에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할 때 사용합니다.
MRA는 뇌혈관을 보는 검사입니다. 뇌동맥류가 있는지, 혈관이 좁아진 곳은 없는지처럼 혈관의 모양과 흐름을 확인하는 데 사용합니다.
따라서 MRI를 찍는다고 MRA를 반드시 같이 찍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두통의 양상과 진찰 결과를 보고 뇌 자체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지, 혈관까지 볼 이유가 있는지를 따로 판단합니다.
환자분은 “진찰이 정상이라고 해도 머릿속을 직접 본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팔다리 힘과 감각이 정상이고 말하거나 걷는 데 문제가 없더라도, 진찰만으로 뇌의 구조를 직접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모습을 확인하려면 결국 CT나 MRI 같은 영상검사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두통에 영상을 찍을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몇 년째 비슷한 양상의 편두통이 반복되고 최근 특별한 변화가 없으며 신경학적 진찰도 정상이라면 일상적으로 뇌 영상검사를 권하지 않는 것이 현재의 일반적인 진료 기준입니다.
반대로 평생 처음 겪는 두통이 생겼거나, 이전보다 점점 심해지고 있거나, 두통과 함께 팔다리 힘이나 감각에 이상이 생겼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런 경우에는 영상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이유가 커집니다.
2. 증상이 없어도 이상이 발견될 수 있지만 정기검진으로 일률적으로 권하지는 않습니다
“증상이 생기기 전에 미리 찍어서 찾으면 더 좋은 것 아닙니까?”라는 질문도 많이 받습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실제로 MRI나 MRA를 찍다 보면 본인이 전혀 모르고 있던 이상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작은 뇌동맥류가 우연히 발견될 수도 있고, 자신도 모르게 지나간 뇌경색의 흔적이 보이기도 합니다. 현재 두통과 관계없는 작은 종양이나 다른 구조적 변화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성인에게 정기적인 뇌 MRI와 MRA를 권하기는 어렵습니다.
검진은 단순히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발견한 이상을 치료하거나 추적하는 것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반대로 별 의미 없는 소견 때문에 검사와 진료만 계속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까지 봐야 합니다.
MRI를 찍으면 두통과 직접 관계없는 소견이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우연한 발견이 모두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필요한 질환을 일찍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검사를 하기 전에는 이런 가능성까지 알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두통이 반복돼 걱정이 크고, 본인이 한번 확인해보고 싶어서 MRI를 선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개인이 한 번 확인하기 위해 검사받는 것과 모든 성인이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검진은 구분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3. 위험 신호가 낮다면 검사에서 얻을 것과 비용을 함께 봐야 합니다
MRI 비용도 현실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MRI는 장비 가격만 비싼 검사가 아닙니다. 장비를 설치하고 유지해야 하고, 촬영을 담당하는 인력과 공간이 필요하며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도 들어갑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 부담이 줄어들더라도 검사 자체에 들어가는 비용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MRI 여부를 판단할 때 비용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
검사를 하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문제는 그 정보가 지금의 두통과 관계있는 것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작은 물혹이 보이기도 하고, 혈관 모양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흔히 나타나는 뇌백질 변화가 판독지에 적히기도 합니다.
의사에게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소견일 수 있지만, 환자분은 판독지에 ‘이상’이라는 말이 적혀 있는 것 자체가 불안할 수 있습니다. 결국 몇 달 뒤 MRI를 다시 찍거나 다른 검사를 추가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위험 신호가 적은 두통에서는 검사를 하면 무엇이 달라질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몇 년째 같은 양상의 편두통이 한두 달에 한 번 반복되고 이번에도 평소와 같으며 진찰도 정상인 사람과, 55세에 평생 없던 심한 두통이 처음 생긴 사람에게 MRI의 의미는 같을 수 없습니다.
이 검사를 통해 지금 치료나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4. 갑자기 매우 심한 두통은 MRI보다 응급실 CT가 먼저일 수 있습니다
MRI가 더 자세한 검사라고 해서 항상 MRI부터 찍는 것은 아닙니다.
평소에는 없던 두통이 갑자기 시작되고 몇 초에서 몇 분 사이에 최고 강도까지 심해졌다면 상황이 다릅니다. 흔히 ‘벼락두통’이라고 부르는 양상입니다.
이때는 지주막하출혈을 포함한 급성 뇌혈관질환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모든 벼락두통이 뇌출혈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출혈이 있다면 빨리 확인해야 하므로 며칠 뒤 외래 MRI를 예약하고 기다리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응급실에서는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은 뇌 CT를 먼저 찍는 경우가 많습니다. 촬영이 빠르고 급성 뇌출혈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CT가 정상이라고 항상 평가가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두통이 시작된 시간과 증상, 진찰 결과에 따라 혈관검사나 MRI 같은 추가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두통과 함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달라지고, 말이 어눌해지거나 얼굴 한쪽이 처지고, 시야가 갑자기 변하거나 의식이 흐려지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발작이 생기거나 갑자기 제대로 걷기 어려워졌다면 어떤 검사를 받을지 집에서 고민할 상황이 아닙니다.
이런 경우에는 바로 응급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응급상황에서는 가장 정밀한 검사를 고르는 것보다 지금 놓치면 안 되는 병을 빨리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5. 두통의 시작과 변화, 신경학적 증상을 보고 검사 시기를 정합니다
두통에서 영상검사가 필요한지는 증상의 시작과 변화, 신경학적 이상을 함께 보고 판단합니다.
갑자기 시작된 매우 심한 두통에 마비나 언어장애, 의식 변화, 발작 같은 증상이 함께 있다면 외래에서 MRI 날짜를 잡고 기다릴 상황이 아닙니다. 응급실에서 먼저 평가받아야 합니다.
응급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50세 이후 처음 생긴 두통, 이전과 달리 점점 심해지는 두통, 암 치료를 받은 사람에게 새로 생긴 두통, 머리를 다친 뒤 시작된 두통 등은 영상검사를 더 적극적으로 생각합니다.
반대로 몇 년 동안 비슷한 양상의 편두통이 반복됐고 최근 특별한 변화가 없으며 신경학적 진찰도 정상이라면 반드시 MRI를 찍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진찰이 정상이고 위험 신호가 없다는 것은 영상검사를 반드시 해야 할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지, 뇌 안에 아무 이상도 없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뇌의 구조를 실제로 확인하려면 결국 영상검사가 필요합니다.
MRI와 MRA는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뇌와 뇌혈관을 자세히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필요한 치료나 추적관찰로 이어질 수 있고,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적어도 검사한 범위에서는 큰 구조적 문제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두통 환자 대부분에게 심각한 뇌질환이 발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비용을 들여 MRI와 MRA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권하기는 어렵습니다. 걱정이 크고 비용을 감수해서라도 한번 확인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검사를 선택할 이유가 있고, 현재 위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검사 없이 지켜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결국 두통에서 MRI와 MRA는 검사로 머릿속을 직접 확인하고 안심할 것인지, 현재 위험도가 낮다는 임상적인 판단을 받아들이고 검사 없이 지켜볼 것인지를 고르는 문제에 가깝습니다.
다만 갑자기 심한 두통이나 신경학적 이상이 나타난 경우에는 이런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때는 필요한 검사를 미루지 않아야 합니다.
털보의사의 한마디
이 부분은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비용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저는 MRI와 MRA는 무조건 한번은 찍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방사선 노출 없이 뇌와 뇌혈관을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이상이 있으면 일찍 알게 되는 것이고 이상이 없으면 그만큼 안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증상이 없고 진찰이 정상이라는 이유만으로 “머릿속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영상으로 확인하지 않은 구조적인 이상까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털보의사 김진균 드림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정보입니다.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